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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연구로만 대화" KIST, 젊은책임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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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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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8
조회수
5222
출처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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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다 떼고 기관 주요사업 연구과제를 맡을 책임을 뽑을겁니다. 미래 우리에게 필요한 연구라면 격식, 형식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아이디어가 좋으면 선임연구원도 과제책임자가 돼야합니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분원장 장준연)가 18년 역사상 처음으로 계급장 다 떼고 기관 주요과제 선정을 위한 아이디어 배틀을 개최했다. 지난달 말에 열린 일명 '(가칭)나는 연구자다' 프로젝트다. '강릉분원 미래 연구주제발굴'을 주제로 연구원 전원이 모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강릉분원 미래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참가자 70% 이상이 선임연구자들로 자발 참여한 만큼 최종 아이디어로 선정되면 후배가 연구책임이 되는 첫 사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부분 주요사업 연구과제는 연구센터 단위로 센터장이나 중견급 연구원 등이 선배가 기획해 후배들이 연구하는 탑다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밀실 연구과제'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아이디어를 선배가 냈으니 연구과제책임도 통상 선배들 몫이었다. 선배가 주도하는 연구가 주가 됐던 연구실 분위기가 이번 프로젝트로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어떤 과제들 나왔나? 노인성 질환, 췌장암 등

처음으로 열린 브레인스토밍 '나는 연구자다'에서 도출된 과제는 총 11개다. 많은 연구자들이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인성 질환 및 노화를 억제하는 연구와 검진이 어려워 사망률이 높은 췌장암 연구를 해야 한다는데 높은 공감대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장준연 분원장은 "브레인스토밍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9월 중 시즌 2를 개최한다. 우수 아이디어에 대해 11월 전까지 과제 규모와 액수, 참여연구원, 협동과제, 외부연구자 등 세부적 내용을 정리하고 내년도 주요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분원장이 도전적인 과제를 외치는 이유는 강릉분원이 사람으로 치면 곧 성인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로 18주년을 맞은 만큼 분원장이나 임원들이 정한 성향이나 비전이 아닌, 이곳에서 평생 일할 연구자들이 스스로 가치관과 철학을 끌어내 연구를 주도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그는 "연구소 비전은 잠시 머무르다 갈 분원장이나 보직자의 손에서 만들어지면 안 된다. 여기에 뼈를 묻을 직원들의 가치관과 철학을 끌어내야 누가 와도 흔들 수 없는 장기계획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발굴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연구책임자를 맡고 과제를 주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도전적인 과제가 나온다. 그러려면 기존의 관행을 깨야 한다"며 "선후배 간 수평적 소통을 통해 기회를 공평하게 가지면서 과정은 투명한 연구과제와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성인되는 강릉분원, 2023년까지 천연물 성분 3개 이상 독자적 발굴할 것

장준연 분원장의 고향은 강원도다. 유년 시절을 보낸 만큼 지역 사랑도 깊다. 강릉분원이 설립된 후 한 번쯤 오고 싶었지만 연구 분야가 달라 오지 못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연구 분위기가 달라졌다. 천연물이 바이오를 넘어 스마트팜 연구로 확장되며 ICT, AI, 빅데이터 등 접목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이 반도체다. 장준연 분원장이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직 시절, 같은 연구실 후배는 이곳에서 스마트팜 기술을 연구하다 푹 빠져 분원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장 분원장은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본원에 있을 때부터 강릉분원 연구원들과 스마트팜 협의를 위한 작업을 준비해왔다"면서 "6월 초부터 새로운 과제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 분원장이 이곳에 온지도 반년이 지났다. 그는 "강릉분원이 이제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비전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역량이 적고, 생긴 지 얼마 안 된다는 이유로 적당히 넘어가는 일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

이에 그는 20주년을 맞아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수 있는 천연물 성분을 3개 이상 독자적으로 발굴할 계획임을 밝혔다. 2028년 25주년에는 천연물로 약 2종류를, 2033년 30주년에는 천연물을 원료로 하는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는 경영진이 아닌 연구원들이 제시한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의 자율성과 수월성을 보장하는 연구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에 기존 탑다운 과제발굴 관행을 깨고 아이디어가 좋다면 누구든 연구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 시작이 '나는 연구자다'다.

그는 "아이디어가 좋으면 책임, 선임 상관없이 과제책임자로 선정하고 주요사업으로 3년간 밀어줄 계획"이라며 "강릉분원 총 연구 인원이 40여명이다. 센터로 나뉘어있긴 하지만 천연물을 주제로 연구하는 만큼 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선정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센터 상관없이 협업하도록 하고, 다른 연구원들은 센터별 고유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통해 수평적인 소통을 만들고, 공평한 기회와 과정으로 만든 연구과제 추진으로 제대로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는 연구성과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릉분원은 국가균형발전과 강원지역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설립됐다. '천연물'을 기반으로 의약품, 건강식품 등 개발을 위해 기초원천기술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전주기 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강원지역에 풍부한 천연물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천연물 소재를 발육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미래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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