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보도

물 사용 줄이고 생산성은 390배 높여... 진화하는 ‘스마트 팜'
보도매체
조선일보
보도일
2020-12-02
조회수
5909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0/12/02/EVJHCVFWKFC4RCXB32ZCDUHER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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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스마트 팜(smart farm) 기술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작물의 생산 수율을 높이고 사람에게 좋은 성분을 늘리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위해 ICT(정보통신기술),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특히 최근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스마트 팜 기술은 더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코로나가 식량·농업 공급망을 파괴했다”며 “실내 수직 농장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양승환 박사 연구진은 1일 “스마트폰 기반의 스마트 팜 기술을 개발해 포도 농장에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팜은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을 말한다.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햇빛 아래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전통적인 농업 개념과 다르다. 토양 대신 영양분이 첨가된 물에서 수경 재배 방식으로 키우고, 햇빛 대신 LED(발광 다이오드) 빛을 쬐어준다. 식물은 훨씬 효율적으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고 농부는 수확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작물을 수직으로 쌓아서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농지 면적보다 수백 배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래형 농업 기술로 주목받으며 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 에어로팜스(Aero Farms)는 분무형 스마트 팜 기술을 개발했다. 수경 재배 방식 대신 분무기로 식물 뿌리에 물을 뿜어 기르는 방식이다. 특수 제작된 천 위에 작물을 키우면서 천 아래로 뻗은 뿌리에 영양분이 섞인 물을 분무기로 뿌리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일반 농사와 수경 재배보다 물을 각각 95%와 40% 적게 사용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또한 작물 뿌리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생육이 빠르고 열매도 다량 생산할 수 있다. 뿌리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르면 기존 농업보다 생산성이 390배나 높다.

에어로팜스는 LED 조명을 정밀 제어하고 영양소도 추적 관찰한다. 수확할 때마다 쌓이는 데이터 수백만 건으로 작물 생장을 분석하고,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과 IoT 등 첨단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안 되는 오지도 스마트 팜 가능
많은 회사가 에어로팜스처럼 작물 재배를 제어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국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도 스마트 팜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양승환 박사 연구진은 1일 “스마트폰 기반의 스마트 팜 기술을 개발해 포도 농장에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주변 환경 측정과 온실 내부의 기기를 제어하려면 인터넷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산속 오지나 영세한 농민들은 스마트 팜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폰 기반의 환경 계측·제어 기술은 인터넷망 없이도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활용할 수 있다. 구축 비용도 기존 스마트 팜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




생기원이 개발한 장비는 IoT 센서로 공기와 토양의 온도, 습도, 광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 8가지 생육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작업자는 이 정보를 보면서 현장에 가지 않고도 물을 주거나 온실 창문을 개폐하는 등 날씨 변화에 맞춰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스마트 팜에서 케일을 키울 때 배양액에 들어가는 칼륨을 칼슘으로 대체했다. 기존엔 칼륨을 나트륨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 경우 채소의 나트륨 함량이 증가해 신장 질환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해로운 칼륨은 낮추고 항암 성분은 높여
작물의 성분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팜 기술도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노주원 박사팀이 지난달 25일 “신장 질환 환자들을 위한 저(低)칼륨 케일을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신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져 고칼륨 혈증이 발생하기 쉽다. 그렇다고 칼륨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제한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건강 관리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칼륨 함량을 낮춘 대체 식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스마트 팜에서 케일을 키울 때 배양액에 들어가는 칼륨을 칼슘으로 대체했다. 기존엔 칼륨을 나트륨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 경우 채소의 나트륨 함량이 증가해 신장 질환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케일의 생산량은 기존과 같으면서 칼륨 농도만 낮추는 데 성공했다. 또한 연구진은 케일에 있는 항암 성분인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오히려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글루코시놀레이트 함량은 고칼륨으로 키웠을 때보다 44% 증가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우리 몸에서 분해돼 글루코브라시신과 글루코나스터틴이 된다. 실질적으로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이 성분들이 각각 2.1배, 2.4배가 증가했다. 노주원 박사는 “스마트 팜에서 건강 기능 식품이나 천연물 신약에 쓰일 수 있는 품질 좋은 고부가가치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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