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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 2019년 9월호] 미래과학을 읽다_농사도 알아서 척척, 스마트팜
보도매체
국회보
보도일
2019-09-02
조회수
6776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358&aid=0000009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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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을 보면 화성에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단 한 번도 식물을 품어본 적이 없는 화성의 흙에서 농사를 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준다. 영양분을 공급하려고 사람의 분뇨로 비료를 주고, 온도와 습도, 빛을 적절하게 맞추는 노력을 한 끝에 초록색 새싹이 돋아났을 때 주인공은 희열을 느낀다.

이 영화에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이렇게 힘겹게 농사를 지었지만, 만약 미래에 정착을 염두에 두고 화성에 간다면 이보다 훨씬 더 발달한 자동화 기술로 농사를 짓게 될 것이다. 설령 화성 같은 행성이 아니더라도 우주정거장 같은 곳에서 오래 거주하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수십 년 동안 먹을 식량을 전부 다 실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똑똑한 농장

우주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은 이미 여러 SF영화나 소설에서 묘사한 바 있다. 보통은 사람이 땀 흘려 짓기보다는 기계가 자동으로 빛이나 영양분을 관리한다. 흙을 쓰지 않고 수경재배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래에는 사람 없이도 자동으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장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이미 현실에서도 조금씩 찾아볼 수 있다.

농업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팜(Smart Farm)’이 바로 그런 농장이다. 초기의 스마트팜 기술은 제한적이었다. 온실이나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나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그에 따라 환기창을 개폐한다거나 원격 모니터링, 원격 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정도였다. 물론 그런 기능만 있어도 매번 온실을 관리하러 직접 나가봐야 하는 수고를 많이 덜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속속 등장하는 스마트팜은 여기서 한참 더 미래를 보고 있다. 원예 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 같은 곳에서는 환경과 무관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첨단 유리온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농장이라기보다는 공장과 비슷한 규모화, 첨단화를 추구해 왔으며, 궁극적으로는 점차 늘어나는 이상기후에 구애받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 채 빛과 물, 양분을 공급하고,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농부가 없어도 자동으로 관리한다

미국과 같은 국가는 드넓은 경작지를 관리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로봇, 드론,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해 토양의 습도, 기상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비료와 농약을 적용하는 시기와 양을 판단하는 데도 활용한다.

미국의 거대 IT기업인 구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원을 최소로 투입해 최대의 생산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작물이 자라고 있는 바로 그 장소의 환경에 맞게 농법을 최적화해야 한다. 구글은 GPS와 인공지능 영상, 드론, 각종 센서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농부에게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작물 생산량이나 가축의 건강, 병충해 퇴치, 농사 장비의 효율적인 활용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환경과 작물의 상태를 파악해 그때그때 가장 효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는 센서 기술이 쓰인다. 새싹이 돋아났을 때부터 상태를 관찰해 생산성과 수확량을 예측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 중인 작물 생육 측정 기반 스마트팜 2.0’이 이런 기술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작물의 사진을 찍으면 열매의 크기나 잎의 면적, 줄기의 굵기 같은 정보를 파악해 현재 상황과 예상 수확량을 알려준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정확도를 높인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기술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유용한 성분도 더 많이

농작물을 더 완벽하게 제어할수록 결과의 불확실성은 작아진다.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수확한 뒤에 유통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 목표로 잡은 수확량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그 과정에 쓸데없이 자원을 낭비하는 일도 없다. 당연히 과도한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수확량뿐 아니라 품질 역시 올라간다. 작물의 생육 상태를 꾸준히 관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이 부실한 작물에 영양을 더 공급하거나,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과정도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크기와 색 등을 감지하는 이미지 분석 기술에 향을 분석해 성분을 파악하는 센서, 비파괴 센서 등이 쓰인다.

작물이 특정 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도록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식물의 특정 성분을 이용해 만드는 제품이 있을 때 기존 방식으로 재배하면 성분량이 들쑥날쑥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성분의 양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기존 작물보다 더 많은 양을 함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KIST는 스마트팜 기술을 이용해 국내 화장품 기업의 원료 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케일 속에 들어 있는 항암 성분인 이소티오시아네이트의 양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재배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스마트팜 기술은 크게는 로봇, 드론으로 자동화한 대규모 농장부터 작게는 도시의 가정집에서 기르는 화분에까지 쓰일 수 있다. 지구의 농장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어야 할 미래의 우주 농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주에서는 자원이 귀중하므로 가능한 한 적은 자원을 투입해 사람에게 유용한 성분을 최대한 뽑아내야 조금이라도 생존에 유리하다. 그러기 위한 작물 관리, 신품종 개발 등에 스마트팜 기술은 필수적으로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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